誇示慾(과시욕)에 대한 고찰

고전산문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중 하나인 ‘과시욕’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유학자 이항로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작됩니다.

  • 誇 자랑할 (과)
  • 示 보일 (시)
  • 慾 욕심 (욕)

이항로의 편지

이항로는 자신의 아들, 이준이 생원시에 합격하고 귀향을 앞두고 있을 때,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네가 돌아왔을 때, 나는 네가 머리에는 먼지투성이 갓을 쓰고 발에는 짚신을 신고 있는 것을 본다면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라며 검소한 차림으로 올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이준은 이웃들에게 위풍당당한 모습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결국 집의 소를 팔아 화려한 의복을 살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이항로는 편지에서 아들을 나무랐습니다. 그는 “네가 소를 팔아버린 덕에 농사를 안 짓고 호강한다. 대단한 효자 나셨네!”라는 투로 비꼬며, 이수광의 『지봉유설』에서의 한 부분을 언급하며 훈계했습니다. 이는 당시의 식량난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시욕으로 인해 자신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아들에게 노여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과시욕의 문제

이런 이야기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준처럼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과시하려는 욕망이 있을 것입니다. 이 자체는 당연한 일이고, 과하지 않은 이상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 ‘과시욕’이라는 것이 새삼스레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MZ세대의 소비문화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대에 3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 승용차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거나,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세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등의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따른 구매력의 증대에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현재를 즐기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생활방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론

이런 자본주의 문화의 유입과 만연 속에서 이항로가 이준에게 남긴 훈계는, 과시욕의 절제라는 우리 사회에서 잊혀가는 미덕을 상기시켜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소비 패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원문

네가 돈에 목마른 놈이 되었다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매우 언짢다. 농사지을 소를 팔러 보냈다. 너의 작은 성취 덕에 내가 벌써 농사를 쉬게 되었으니, 이것도 어버이를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구나. 너는 『지봉유설』에 나오는 홍패(紅牌)를 가지고 진제장(賑濟場)에 가 밥을 빌어먹었다는 자를 보지 못했느냐. 내가 보기에는 백성들의 일이 저 때보다 훨씬 급박한데도 너는 혼자 편안히 여기고 즐거워하여 나를 미치게 만드는구나.

聞汝作渴錢漢, 心甚不寧. 農牛賣送. 汝小成之效, 已使我釋耕, 亦可謂榮親矣. 汝不見芝峯類說, 負紅牌就乞糧廳得食者乎? 以吾所見民事之急, 急於彼時萬萬, 而人自恬嬉, 令人發狂也.

– 이항로(李恒老, 1792~1868), 『화서집(華西集)』 卷13 「준에게 답한 편지(을미년 9월 23일)[答埈(乙未九月二十三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