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 제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방과 후 복도에서 조용히 말문을 연 지호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 있었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놨지만, 누군가는 “그건 네가 예민한 거야”라며 흘려보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도 바빠, 나중에 얘기하자”고 얼버무렸다 한다.
나는 잠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오늘 함께 나눌 논어 구절을 칠판에 적었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은 따라 배우고, 좋지 않은 점은 나를 돌아보며 고친다.”
지호는 그 구절을 찬찬히 읽으며 말했다.
“좋은 친구만 보고 배울 줄 알았는데,
싫은 사람을 통해서도 배운다는 뜻이네요.”
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래, 모든 사람은 우리에게 거울이야.
누군가의 태도나 말이 거슬릴 때,
그게 내 안의 어느 부족함을 비추는지도 돌아볼 수 있어야 해.”
그날 지호는 다시 일기장을 펼치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글을 써내려갔다.
공자의 말처럼, 우리는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만남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풀이
원문 구절 | 현대어 번역 | 해설 |
---|---|---|
三人行, 必有我師焉 |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간다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 三人: 여러 사람, 必有: 반드시 있다 |
擇其善者而從之 | 그중 착한 자의 행동은 선택하여 따르고 | 擇: 고르다, 善: 착하다/바람직하다, 從: 따르다 |
其不善者而改之 | 그렇지 못한 점은 내게 비춰 고친다 | 改: 고치다, 不善: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 |
▶ 이 구절은 공자의 인간관계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 문장이다.
- 모든 사람은 내게 스승이 될 수 있다.
- 나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 타인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반면교사로 삼아 내 삶에 반영한다.
이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반성적 학습의 자세를 뜻한다.
현대적 의의
✅ 1. 타인을 통해 배우는 삶의 태도
- 공자의 이 구절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벗어나게 하는 출발점이다.
- 친구의 장점은 경쟁심이 아닌 배움의 자원으로,
단점은 조롱이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 2. 비판을 견디고 성장하는 자세
- 누군가 나를 비판하거나 나쁜 태도를 보였을 때
우리는 종종 “왜 나한테 저래?”라고만 반응한다. - 그러나 공자는 말한다. “그를 통해 내가 무엇을 고칠 수 있을까?”
이 태도는 갈등 속에서도 성장을 만들어낸다.
✅ 3. 평생학습자·민주 시민의 핵심 자세
- 이 구절은 현대의 평생학습자(lifelong learner)와
성숙한 시민성을 갖춘 사람의 태도를 설명한다. -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은
열린 마음과 낮은 자세, 지속적인 자기 성찰을 가능케 한다.
✅ 4. 학교 공동체의 실천 방법
- 교실 속 다양한 학생,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진 이들 속에서
‘그도 나의 스승’이라는 마음가짐은
비교, 질투, 왕따, 단절을 넘어 이해, 존중, 성장의 길로 이끈다. - 학생들이 매일 ‘오늘 누구에게 무엇을 배웠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는 습관은
관계 중심 학습과 연결된다.
원문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論語》〈述而〉
5. 한자의 음과 뜻 (pronunciation and meaning of key characters)
한자 | 음(독음) | 뜻 |
---|---|---|
子 | 자 | 공자 또는 스승의 존칭 |
曰 | 왈 | 말씀하시다 |
三人 | 삼인 | 세 사람, 여러 사람 |
行 | 행 | 길을 걷다, 함께하다 |
必 | 필 | 반드시 |
有 | 유 | 있다 |
我 | 아 | 나, 자기 자신 |
師 | 사 | 스승, 배울 대상 |
焉 | 언 | ~안에, ~에서 |
擇 | 택 | 고르다 |
善 | 선 | 착하다, 바람직하다 |
從 | 종 | 따르다 |
不善 | 불선 | 바람직하지 않음, 잘못 |
改 | 개 | 고치다, 바로잡다 |
오늘의 한 줄 정리
“모든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배움은 높고 낮음이 아니라, 자세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