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질문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수업이 끝난 뒤, 태현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틀린 말 할까 봐 걱정돼서 그냥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아요.”
그 말은 교실 안 많은 학생들의 속마음이기도 했다.
다들 알고 싶은 게 있지만, 실수하거나 이상하게 보일까 봐
입을 꾹 다물고만 있는 것이다.
그날 나는 수업의 끝자락에 칠판에 오늘의 논어 구절을 적었다.
“子曰: 不憤不啓, 不悱不發。”
그리고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이 구절은 공자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 지키셨던 원칙이야.
스스로 답답해하며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았고,
말하고 싶은데 표현이 안 되어 괴로워하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으셨지.”
아이들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스스로 의욕이 생기기 전엔 일부러 기다리신 거예요?”
“맞아. 스스로 궁금해하고, 스스로 알고 싶어질 때
가르침이 가장 깊이 마음속에 닿기 때문이야.”
그날 이후 태현이는 손을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더듬더듬, 하지만 분명한 의지를 담아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이어진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진짜 ‘배움의 현장’을 만들어 냈다.
공자의 말처럼, 배움은 강요가 아니라 깨어나는 열망에서 시작된다.
그 열망을 기다려주는 교실은 학생을 ‘암기자’가 아니라 ‘사고하는 사람’으로 바꿔 놓는다.
📘 풀이
원문 구절 | 현대어 번역 | 설명 |
---|---|---|
不憤不啓 | 분발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는다 | 憤: 답답하고 애가 탐, 啓: 일깨우다 |
不悱不發 | 말이 막혀 애타 하지 않으면 설명하지 않는다 | 悱: 말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오는 상태, 發: 터뜨리다, 풀어 주다 |
▶ 이 말은 공자가 가르침의 기본 태도를 밝힌 구절이다.
그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스스로 배움의 갈증을 느끼는 제자에게만 지혜를 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알려주기’보다 ‘생각하게 하기’를 중시했고,
학생이 질문할 틈조차 없이 설명을 쏟아내는 교육과는 정반대의 철학이다.
현대적 의의
✅ 1. ‘선생님 중심 수업’에서 ‘학생 중심 수업’으로
- 공자의 이 말은 현대 교육학의 ‘구성주의’ 학습 이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 학습자는 수동적으로 듣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탐색하며 지식을 ‘구성’하는 존재로 본다.
✅ 2. 질문하는 능력의 중요성
- “질문하는 학생은 이미 절반은 배운 셈이다.”
- 공자는 무조건 가르치기보다 질문하게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 ‘하브루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PBL 수업’과도 연결된다.
✅ 3. 학습 동기 이론과도 연결
- 공자는 학생이 ‘자기 안에서 불타오르는 동기’를 가질 때
배움의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내재적 동기 이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 4. 교사의 역할 재정의
- 교사는 ‘설명자’가 아니라,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학생이 스스로 답답해하고 고민할 기회를 먼저 주고,
그 고민이 깊어졌을 때 적절한 질문이나 피드백으로 ‘發’하게 만들어야 한다.
✅ 5. 실천 방안 예시
- ❓ “오늘 공부 중 답답했던 점을 한 가지 써 보자.”
- 🤔 “이 개념을 친구에게 설명하다 막힌 부분은 어디인가?”
- 🔁 “5분 동안 스스로 생각하게 한 후 설명을 시작하기”
원문
子曰: 不憤不啓, 不悱不發。—《論語》〈述而〉
5. 한자의 음과 뜻 (pronunciation and meaning of key characters)
한자 | 음(독음) | 뜻 |
---|---|---|
子 | 자 | 공자 또는 스승의 존칭 |
曰 | 왈 | 말하다 |
不 | 불 | 아니다, 하지 않다 |
憤 | 분 | 답답하고 속이 타는 느낌, 분발함 |
啓 | 계 | 열다, 깨우치다, 가르치다 |
悱 | 비 | 말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오는 답답함 |
發 | 발 | 터뜨리다, 드러내다, 말하게 하다 |
오늘의 한 줄 요약
“배움은 말이 아닌 마음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알고 싶을 때,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