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발표 잘하는 애들은 원래 타고난 거예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조용하던 민재가 갑자기 물었다.
“말은 잘 못하지만, 듣고 생각하는 건 자신 있어요.
그런데 요즘엔 발표 안 하면 관심도 못 받는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칠판에 오늘의 논어 구절을 적었다.
“子曰: 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
“군자는 자신을 단정히 하나, 싸우지 않으며, 무리에 속하되 파벌을 만들지 않는다.”
학생들이 천천히 소리 내어 읽었다.
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민재야, 꼭 목소리가 크고 말 잘하는 사람이 군자인 건 아니야.
공자는 군자가 조용히 중심을 지키면서도 자기만의 품위와 절제를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어.”
민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누굴 흉보지도 않고요.”
그 말에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공자의 말처럼, 말없이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품격 있는 사람이다.
그날 민재의 태도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울림을 남겼다.
풀이
원문 구절 | 현대어 번역 | 해설 |
---|---|---|
君子矜而不爭 | 군자는 자긍심을 가지되 다투지 않는다 | 矜(긍): 자부심, 스스로를 아낌. 爭(쟁): 다툼 |
群而不黨 | 무리 속에 섞이나 파벌을 만들지는 않는다 | 黨(당): 사적인 이익을 위해 뭉친 무리, 패거리 |
▶ 이 구절에서 공자는 군자의 품위와 관계맺기 태도를 제시한다.
- 군자는 자기를 존중하지만 그 자존이 타인을 짓밟는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 사람들과 어울리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집단주의에는 빠지지 않는다.
이 구절은 단체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어울림”과 “자기 중심” 사이의 균형을 묻는 좋은 기준이 된다.
현대적 의의
✅ 1. 자존과 겸손의 조화
- ‘자신을 긍지 있게 여기는 것’과 ‘다툼 없이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은
현대적 리더십의 핵심 가치이다. - 군자의 자긍심은 남을 밟고 일어서는 ‘자만심’이 아니라,
자기 원칙을 지키는 내면의 힘이다.
✅ 2. 집단 속에서 중심 잡기
- 학급 내 친목 모임, 동아리, SNS 그룹 등에서
무리 지음은 자연스럽지만,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지나친 동일화로 흐를 경우
‘黨’(파벌)의 위험이 생긴다. - 공자는 함께하되 휩쓸리지 않는 사람,
즉 판단력 있는 참여자를 이상으로 보았다.
✅ 3. ‘논리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환상 깨기
- 현대 사회는 빠른 말, 강한 주장, 단호한 표현을 선호하지만
공자는 조용한 품격, 절제된 말, 판단 있는 행동을 군자의 조건으로 삼았다. - 이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비언어적 신뢰’와 ‘내면의 기준’**을 강조하는 방식과 닿아 있다.
✅ 4. 교육 현장에서의 실천
- 학생들이 발표력, 리더십, 주도성을 기르면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조용히 중심을 잡는 태도 또한 배워야 한다. - 교사는 활동 참여에 있어 ‘말 많은 학생’만 조명하지 않고,
조용히 신중한 행동을 실천하는 학생도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원문
子曰: 君子矜而不爭,群而不黨。—《論語》<衛靈公>
5. 한자의 음과 뜻
한자 | 음(독음) | 뜻 |
---|---|---|
子 | 자 | 공자를 높여 부르는 말 |
曰 | 왈 | 말씀하다 |
君子 | 군자 | 덕과 지혜를 갖춘 이상적 인간 |
矜 | 긍 | 자긍심, 스스로를 아낌 |
而 | 이 | ~하면서도, 그리고 |
不 | 부 | 아니다, 하지 않다 |
爭 | 쟁 | 다투다 |
群 | 군 | 무리, 사람들과 함께함 |
黨 | 당 | 파벌, 사익을 위한 집단 |
오늘의 한 줄 정리
“군자는 자신을 존중하되 다투지 않고, 함께 어울리되 무리에 휩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