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도 반장 할 수 있을까요?”
새 학기 첫 주, 체육복 차림의 예빈이가 운동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늘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다 보니, 누가 제게 리더 역할을 맡길 것 같지 않아요.”
나는 그녀를 향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리더란 자리에 먼저 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어울리는 품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하셨어.”
그리고 칠판에 오늘의 구절을 적었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무조건 똑같이 하진 않고,
소인은 무조건 같게 하려 하지만 진짜 화합은 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럼… 꼭 친구들과 생각이 같지 않아도 괜찮은 거예요?”
“그렇지. 중요한 건 생각이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
그날 이후 예빈이는 교실에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의견에 무작정 따르지 않고, 다른 의견도 조용히 제안하며 친구들과 소통했다.
자신만의 생각을 지키면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신뢰를 모았다.
공자의 말처럼, 진정한 리더는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예빈이의 변화는 그 진실을 교실 안에 조용히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풀이
원문 구절 | 현대어 번역 | 해설 |
---|---|---|
君子和而不同 |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무턱대고 같아지려 하지는 않는다 | 和: 조화, 다름 속의 어울림 / 不同: 무조건적 동일성을 거부 |
小人同而不和 | 소인은 겉으로 같게 하려 하지만, 진정한 조화는 없다 | 同: 생각·행동의 일치, 不和: 내면의 갈등, 억지 일치 |
▶ 이 문장은 공자의 관계 철학과 리더십 철학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 군자는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공존의 질서를 이루려는 사람이고,
- 소인은 겉으로만 같아 보이게 하려다 결국 내부의 불화와 억압을 야기하는 사람이다.
‘같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름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핵심이다.
현대적 의의
✅ 1. 진정한 다양성 교육의 방향
- 오늘날 학교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 공자의 이 구절은 “생각이 같지 않아도 함께 갈 수 있다”는
민주 시민 교육의 핵심 정신과 연결된다.
✅ 2. 협업과 토론에서의 태도
- 토론이나 프로젝트 학습에서, 모든 의견을 무조건 같게 만들려는 시도는
진짜 배움의 기회를 막는다. - 오히려 다른 관점을 듣고, 타당성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깊은 사고력과 공감 능력이 자란다.
✅ 3. 조직 속 리더십 기준의 재정립
- 공자의 군자는 따르게 하는 리더가 아니라
조화롭게 만드는 리더이다. -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모아 공존 가능한 해답을 찾는 사람이다.
✅ 4. 교실 공동체 문화 만들기
- “왜 다들 그 의견에만 따르지?”보다
“다른 의견은 없을까?”를 물어볼 수 있는 교실이 진짜 민주적인 교실이다. - 교사는 학생들에게 같음을 강요하는 문화를 넘어
다름을 통해 성장하는 공동체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원문
子曰: 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
—《論語》〈子路〉
5. 한자의 음과 뜻 (pronunciation and meaning of key characters)
한자 | 음(독음) | 뜻 |
---|---|---|
君子 | 군자 | 도덕적 인격자, 이상적인 인간 |
和 | 화 | 화합하다, 조화를 이루다 |
而 | 이 | 그리고, ~하면서 |
不 | 부 | 아니다 |
同 | 동 | 같음, 동일함 |
小人 | 소인 | 도덕적 품격이 부족한 사람 |
不和 | 불화 | 내면적으로 조화롭지 않음, 갈등이 있음 |
오늘의 한 줄 정리
“군자는 같지 않아도 어울릴 줄 알고, 소인은 어울리는 척하지만 결국 나뉘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