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이야기가 있는 성어 咸興差使, 鷄卵有骨, 朝三暮四, 狐假虎威

한국과 중국의 고전에서 유래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오늘날에도 교훈적인 의미를 전달하며 우리 일상 속에 살아 숨 쉽니다. 이번 시간에서는 ‘함흥차사’, ‘계란유골’, ‘조삼모사’, ‘호가호위’와 같은 고사성어들의 유래와 의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각 이야기들은 그 시대의 배경과 함께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상황을 통찰하는 예리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이 성어들을 통해 역사적 깊이와 함께 현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탐구해 보겠습니다.

咸興差使 (함흥차사) – Haphazardly Going on a Mission

  • 咸 (함): ‘다’ / All, completely
  • 興 (흥): ‘일으킬’ / Rise, commence
  • 差 (차): ‘어긋날, 보낼’ / Dispatch
  • 使 (사): ‘사신’ / Envoy, mission
  • 겉뜻: 함흥으로 보낸 관리.
  • 속뜻: 심부름을 가서 오지 않거나 늦게 온 사람.
咸興差使 @한문쌤

조선후기에 지어진 야담(野談)집인 『축수편(逐睡篇)』에 전하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1398년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亂)에 울분하여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정종에게 물려주고 함흥으로 가버렸다.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로부터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아버지를 도성으로 모셔오려고 함흥으로 여러 번 사신을 보냈으나 이성계가 그 사신들을 죽이거나 잡아 가두어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부터 한번 가면 깜깜무소식인 사람을 가리켜 함흥차사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 기록에는 함흥으로 보낸 차사 중에 희생된 것은 박순(朴淳)과 송유(松琉) 둘뿐이고 이들도 이성계가 죽인 것이 아니라 조사의가 이끄는 반란군에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鷄卵有骨 (계란유골) – Chicken Eggs with Bones

  • 鷄 (계): ‘닭’ / Chicken
  • 卵 (란): ‘알’ / Egg
  • 有 (유): ‘있을’ / Have
  • 骨 (골): ‘뼈’ / Bone
  • 겉뜻: 달걀이 곯았음.
  • 속뜻: 운이 나쁜 사람은 어쩌다 좋은 기회를 만나도 일이 잘 안됨.
鷄卵有骨 @한문쌤

계란유골은 조선시대 유명한 재상인 황희정승의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황희정승은 청렴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상이라는 관직에서 집안은 가난하였습니다. 세종대왕은 청렴하였지만 가난한 황희정승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황희정승에게 큰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모월모일 숭례문을 지나가는 모든 상인의 물건을 사서 황희정승에게 주겠다는 파격적인 백지수표를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필 그 날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숭례문을 지나가는 상인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지나간 상인은 계란을 파는 계란 장수. 그래서 어쩔수 없이 세종은 계란 장수의 계란을 사서 황희정승에게 지급하였습니다. 황희정승은 그래도 감사하게 계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계란을 먹으려고 계란을 깬 순간 계란이 썩어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받은 계란도 곯아서 먹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계란유골은 ‘계란이 곯았다’, ‘운이 없는 사람은 뭘 해도 안된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骨(뼈 골)은 뼈라는 의미가 아니고 ‘곯았다’라는 뜻을 ‘골’이라는 발음인 骨을 활용한 음차입니다.

朝三暮四 (조삼모사) – Morning Three, Evening Four

  • 朝 (조): ‘아침’ / Morning
  • 三 (삼): ‘석’ / Three
  • 暮 (모): ‘저녁’ / Evening
  • 四 (사): ‘넉’ / Four
  • 겉뜻: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 속뜻: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
朝三暮四 @한문쌤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하기를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좋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열자(列子)》 〈황제편(黄帝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원숭이들은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받거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받거나 총 7개를 받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도 4개를 먼저 받는다는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상대에게 설복당하고, 저공은 같은 개수를 주고도 원숭이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었다. 여기서 유래하여 조삼모사는 눈앞의 이익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狐假虎威 (호가호위) – Fox Borrows the Tiger’s Might

  • 狐 (호): ‘여우’ / Fox
  • 假 (가): ‘빌릴’ / Borrow
  • 虎 (호): ‘호랑이’ / Tiger
  • 威 (위): ‘위엄’ / Authority, power
  • 겉뜻: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림.
  • 속뜻: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
狐假虎威 @한문쌤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는 의미로, 남의 권력이나 위엄을 빌려 자신의 위세를 부리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이 표현은 전한(前漢) 시대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사에 따르면, 한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습니다. 교활한 여우는 자신이 천제(天帝)의 사자라고 주장하며, 만약 자신을 해치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호랑이를 협박합니다. 여우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호랑이에게 자신을 따라오면 모든 동물들이 도망칠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호랑이가 여우 뒤를 따랐고, 실제로 모든 동물들이 도망쳤는데, 이는 호랑이 때문이었지만 호랑이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여우는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자신을 보호하는 데 성공하며, 이를 통해 ‘호가호위’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현대에는 주로 남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할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겉으로는 강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본질적인 힘이나 권위가 없음을 드러내는 비유로써, 외양과 실제가 다른 상황을 경계하는 데 쓰입니다.

十常侍 (십상시) – Ten Eunuchs of the Eastern Han Dynasty

  • 十 (십): ‘열’ / Ten
  • 常 (상): ‘항상’ / Constant, permanent
  • 侍 (시): ‘모실’ / Attend, serve
  • 단어의 뜻: 중국 후한 말기의 황제를 가까이에서 모셨던 열 명의 환관(내시)을 가리키는 말로, 부패한 권신들을 의미합니다.
  • 예문: 십상시는 황제의 신임을 얻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십상시(十常侍)는 후한 말기, 황제 곁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열 명의 환관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황제의 권위를 배경으로 부정부패를 일삼고, 정치적 혼란을 야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십상시’는 문자 그대로 ‘열 명의 상시’를 의미하며, 이는 황제의 가까운 시종인 상시들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원래 황제의 일상생활을 돕고, 몸가짐을 교정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후한 말 황실의 약화와 황제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이들은 점차 정치에 간섭하기 시작했습니다.

십상시는 특히 황제 민제(愍帝) 때 권력의 중심이 되었으며, 황제의 사위인 허진(何進)과 대립하다가 결국 허진에 의해 처형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후한의 권력 구조가 완전히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혼란은 결국 황제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체제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십상시의 난’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이후 발생한 황건적의 난과 삼국 시대로의 전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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