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허생을 만나다 <허생전>

오늘 배울 한자 어휘

救恤, 然後, 衣冠, 容納, 禍根, 逆情, 欣然, 枯渴, 當局, 福力, 恥辱, 自古, 逍遙, 執政

救恤 (구휼) – Relief, Aid

  • 救: ‘구할’ (구) / To save, to rescue
  • 恤: ‘불쌍히 여’ (휼) / To sympathize, to care for
  •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구제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然後 (연후) – Afterward, Then

  • 然: ‘그럴’ (연) / So, thus
  • 後: ‘뒤’ (후) / After, behind
  •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그 다음에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衣冠 (의관) – Clothing and Headgear

  • 衣: ‘옷’ (의) / Clothes
  • 冠: ” (관) / Cap, crown
  • 전통적인 복장과 머리 장식을 의미합니다.

容納 (용납) – Accommodate, Accept

  • 容: ‘받을’ (용) / To contain, to hold
  • 納: ‘들일’ (납) / To accept, to bring in
  • 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임.

禍根 (화근) – Root of Disaster

  • 禍: ‘재앙’ (화) / Disaster, calamity
  • 根: ‘뿌리’ (근) / Root
  • 문제나 재앙의 근본 원인을 의미합니다.

逆情 (역정) – Adverse Circumstance

  • 逆: ‘거스를’ (역) / Against, contrary
  • 情: ‘정’ (정) / Emotion, situation
  •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하여서 내는 성.

欣然 (흔연) – Cheerfully, Gladly

  • 欣: ‘기쁠’ (흔) / Joyful, happy
  • 然: ‘그럴’ (연) / So, thus
  • 기쁘거나 반가워 기분이 좋다.

枯渴 (고갈) – Drought, Dehydration

  • 枯: ‘마를’ (고) / Wither, dry
  • 渴: ‘목마를’ (갈) / Thirst
  • 물이 부족하거나 완전히 마른 상태, 어떤 일의 바탕이 되는 돈이나 물자, 소재, 인력 따위가 다하여 없어짐.

當局 (당국) – Authorities

  • 當: ‘맡을’ (당) / To be in charge, responsible
  • 局: ‘국’ (국) / Office, bureau
  • 떤 일을 직접 맡아 하는 기관.

福力 (복력) – Blessing, Good Fortune

  • 福: ‘복’ (복) / Blessing, fortune
  • 力: ‘힘’ (력) / Power, strength
  • 복을 누리는 힘.

恥辱 (치욕) – Shame, Disgrace

  • 恥: ‘부끄러울’ (치) / Shame, disgrace
  • 辱: ‘욕될’ (욕) / Insult, humiliate
  •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自古 (자고) – Since Ancient Times

  • 自: ‘~로 부’ (자) / Self, from
  • 古: ‘옛’ (고) / Ancient, old
  • 오랜 옛날부터, 고대부터 시작된 것을 의미합니다.

逍遙 (소요) – Leisurely, Carefree

  • 逍: ‘걸을’ (소) / To walk, to wander
  • 遙: ‘멀’ (요) / Far, distant
  •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執政 (집정) – Governance, Administration

  • 執: ‘잡을’ (집) / To hold, to take charge
  • 政: ‘정치’ (정) / Politics, government
  • 정권을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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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by @hanmunssam

허생은 몸소 이천 명이 1년 먹을 양식을 준비라고 기다렸다.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허생이 도둑을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대를 엮어 울을 만들었다.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백곡이 잘 자라서, 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렸다. 3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장기도로 가져가서 팔았다. 장기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일본(日本)의 속주(屬州)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구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남녀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문자를 만들고 의관(衣冠)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어린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숟가락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먼저 먹도록 양보케 하여라.”

다른 배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돈 오십만 냥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우리 나라에도 용납(容納)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

했다. 그리고 글을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화근(禍根)을 없애야 되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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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by @hanmunssam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은이 십만 냥이 남았다.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만 냥을 실패보지 않았소?”

허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만 냥이 어찌 도(道)를 살지게 하겠소?”

하고, 십만 냥을 변씨에게 내넣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글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만 냥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변씨는 대경(大警)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생이 잔뜩 역정(逆情)을 내어,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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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허생이 남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우물 터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변시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초가가 누구의 집이오?”

“허 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글공부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변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허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씨는 받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백만냥을 버리고 십만 냥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가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했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허생의 집에 양식이나 옷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欣然)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prompt by @hanmunssam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의 정이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 냥이나 되는 돈을 벌였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수레가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서,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천 냥은 적은 돈이라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 냥이 열이라, 또한 열 가지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단위가 작으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한 물건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다른 아홉가지의 물건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장사치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만 냥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레면 수레 전부, 배면 배를 전부, 한 고을이면 한 고을을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한 가지 물종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장사치들이 고갈(枯渴)될 것이매,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當局)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만 냥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만 냥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백만 냥을 빌린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만 냥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福力)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사대부들이 남한산성에서 오랑캐에게 당했던 치욕(恥辱)을 씻어 보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비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自古)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졸수재 조성기 같은 분은 적국에 사신으로 보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베잠방이로 늙어 죽었고, 반계 거사 유형원 같은 분은 군량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바닷가에서 소요(逍遙)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집정(執政)자들은 가히 알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적히 구왕(九王)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