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照 (상조) – Mutual Care
- 相: ‘서로’ (상) / Each other
- 照: ‘비출’ (조) / To shine, to reflect
- 서로 마주봄.
異人 (이인) – Stranger, Unusual Person
- 異: ‘다를’ (이) / Different, strange
- 人: ‘사람’ (인) / Person
- 재주가 신통하고 비범한 사람.
驅從 (구종) – Drive and Follow
- 驅: ‘몰다’ (구) / To drive, to expel
- 從: ‘따를’ (종) / To follow, to accompany
- 말을 타고 갈 때에 고삐를 잡고 앞에서 끌거나 뒤에서 따르는 하인.
緣由 (연유) – Reason, Cause
- 緣: ‘인연’ (연) / Connection, cause
- 由: ‘말미암을’ (유) / Due to, from
- 어떤 일이 발생한 원인이나 이유를 의미합니다.
夜深 (야심) – Late at Night
- 夜: ‘밤’ (야) / Night
- 深: ‘깊을’ (심) / Deep
- 밤이 깊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三顧草廬 (삼고초려) – Three Visits to the Thatched Cottage
- 三: ‘세’ (삼) / Three
- 顧: ‘돌아볼’ (고) / To look back, to visit
- 草: ‘풀’ (초) / Grass
- 廬: ‘오막살이’ (려) / Hut, cottage
- 유명한 중국 역사적 사건으로, 삼국시대 제갈량을 세 번 방문한 일화를 의미합니다.
-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함.
懇請 (간청) – Earnest Request
- 懇: ‘간절할’ (간) / Earnest, sincere
- 請: ‘청할’ (청) / To request, to ask
- 간절하고 진심어린 요청을 의미합니다.
權貴 (권귀) – Powerful and Influential People
- 權: ‘권세’ (권) / Power, authority
- 貴: ‘귀할’ (귀) / Noble, valuable
- 권력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結託 (결탁) – Collusion, Conspiracy
- 結: ‘맺을’ (결) / To tie, to bind
- 託: ‘맡길’ (탁) / To entrust, to conspire
- 마음을 결합하여 서로 의탁함.
偵探 (정탐) – Detective
- 偵: ‘정탐할’ (정) / To spy, to investigate
- 探: ‘찾을’ (탐) / To explore, to search
-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國恥 (국치) – National Disgrace
- 國: ‘나라’ (국) / Country
- 恥: ‘부끄러울’ (치) / Shame, disgrace
- 국가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사건이나 상황을 의미합니다.
諸侯 (제후) – Feudal Lords
- 諸: ‘모든’ (제) / All, various
- 侯: ‘백작’ (후) / Marquis, lord
- 봉건 시대에 일정한 영토를 가지고 그 영내의 백성을 지배하는 권력을 가지던 사람.
- 옛날 중국에서 여러 지방을 다스리던 지방 군주들을 의미합니다.
伯舅 (백구) – Uncle
- 伯: ‘맏’ (백) / Eldest, uncle
- 舅: ‘아주버니’ (구) / Maternal uncle
- 천자(天子)가 성(姓)이 다른 제후(諸侯)를 존경하여 이르던 말.
辮髮 (변발) – Braided Hair
- 辮: ‘땋을’ (번) / To braid
- 髮: ‘머리털’ (발) / Hair
- 몽골인이나 만주인의 풍습으로, 남자의 머리를 뒷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깎아 뒤로 길게 땋아 늘임. 또는 그런 머리.
胡服 (호복) – Nomadic Clothing
- 胡: ‘오랑케’ (호) / Barbarian, nomad
- 服: ‘옷’ (복) / Clothes
- 오랑캐의 옷차림.
喪人 (상인) – Mourner
- 喪: ‘상중’ (상) / Mourning
- 人: ‘사람’ (인) / Person
-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
8
변씨는 본래 이완 이정승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완이 당시 어영 대장이 되어서 변씨에게 위항이나 여염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조(相照)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이 대장은 구종(驅從)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이 대장을 문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이 대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緣由)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변씨는 이 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夜深)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 대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대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을 받는 신하로군. 내가 와룡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임금께 아뢰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
이 대장은 한참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을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대장의 간청(懇請)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명(明)나라 장졸들이 조선은 옛 은혜 있다고 하여,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망명해 와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청하여 종실(宗室)의 딸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시집 보내고, 훈척(勳戚)권귀(權貴)의 집을 빼앗아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結託)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만주 정부가 갑자기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중국 민족과는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조선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섬기게 되어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당(唐)나라, 원(元)나라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유학 가서 벼슬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상인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머리를 깍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그 중 선비는 가서 빈공과(賓貢科)에 응시하고, 또 서민은 멀리 강남(江南)에 건너가서 장사를 하면서, 저나라의 실정을 정탐(偵探)하는 한편,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명나라 황족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제후(諸侯)를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하늘에 천거(諸侯)한다면,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 대장은 힘없이 말했다.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변발(辮髮)을 하고 호복(胡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사대부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자칭 사대부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흰옷을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상인(喪人)이나 입는 것이고, 머리털을 한데 묶어 송곳같이 만드는 것은 남쪽 오랑캐의 습속에 지니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번오기(樊於期)는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신의 머리를 아끼지 않았고, 무령왕(武寧王)은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되놈의 옷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대명(大明)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그까짓 머리털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말을 달리고 칼을 쓰고 창을 던지며 활을 당기고 돌을 던져야 할 판국에 넓은 소매의 옷을 고쳐 입지 않고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찌르려 했다. 이 대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