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하다가 흐지부지된다

오늘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이지만 그 역사와 깊은 의미를 잘 모르는 두 단어, ‘어영부영’과 ‘흐지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단어들은 특별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에 와서도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됩니다. 그럼 이 말들이 어디서 왔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어영부영은 어영비영

어영부영 @한문쌤
어영부영 @한문쌤

아무 생각 없이 되는 대로 행동할 때 ‘어영부영’이라는 말을 씁니다. 어영부영이란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양.’이란 뜻입니다. 이 말은 원래 조선 시대 군영(軍營)인 어영청(御營廳)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영청은 조선 후기 중앙에 설치된 오군영(五軍營) 중 왕을 호위하던 군영입니다. 조선 시대 삼군문(三軍門)의 하나로 군대의 기강이 가장 엄격한 부대였습니다. 그런데 오선 말기로 오면서 이 어영군의 군기(軍紀)가 풀어져서 형편 없는 오합지졸(烏合之卒)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이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라는 뜻으로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고 말하면서 나온 것입니다. 어영비영이 후에 어영부영으로 발음이 흐지부지 된 것이죠.

어영청과 임오군란

어영청
어영청

실제로 고종 때에는 어영청을 비롯한 군사들의 군기가 문란하고 병기마저 너무 낡아 도저히 군대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에 고종18년 4월에 일본의 도움을 받아 신식 군대를 조직하면서 이들은 후한 대우를 받고 구식 군대는 봉급조차 받지 못하자, 이듬해인 1882년 6월에 구식 군대의 군인들이 봉기하여 임오군란(壬午軍亂)을 일으켰습니다.

흐지부지는 휘지비지

흐지부지 @한문쌤
흐지부지 @한문쌤

일이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거나, 거창하게 시작한 일이 하는 둥 마는 둥 끝날 때 ‘흐지부지’라는 말을 합니다. 흐지부지란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어가거나 넘기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흐지부지’는 ‘휘지비지(諱之秘之)’라는 한자 표현에서 온 말입니다.

諱(휘)는 ‘꺼리다’라는 뜻입니다. 죽은 사람이나 높은 이의 이름을 가리킬 때 ‘諱(휘)한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예전에는 왕의 이름을 문서에 사용하지 못하여 다른 한자를 사용했는데 이를 ‘휘자(諱字)’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다른 말로 기휘(忌諱)라고 합니다. 돌아가신 조상의 함자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것도 ‘기휘’입니다. 秘(비)는 감추다라는 뜻으로 ‘비밀(秘密)’이라는 단어에서의 ‘秘(비)’입니다. ‘之(지)’는 ‘대명사’, ‘그것’이라는 뜻입니다. ‘휘지비지’는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 감춘다는 의미입니다. 휘지비지를 쉽게 발음하다보니 ‘흐지부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맺음말

 ‘어영부영’과 ‘흐지부지’라는 말은 우리말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말들은 오늘날에도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 단어들을 통해 우리는 말의 유래를 탐구함으로써 언어가 가진 풍부한 역사적 배경과 깊은 의미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어영부영’과 ‘흐지부지’, 이 말들이 담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기억하며,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御營非營 (어영비영) – Royal Guards, Not an Ordinary Camp

  • 御 (어): ‘다스릴’ / To govern, to control
  • 營 (영): ‘진영’ / Camp, battalion
  • 非 (비): ‘아닐’ / Not, non-
  • 營 (영): ‘진영’ / Camp, battalion
  • 어영은 군대가 아니다
  •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양

諱之秘之 (휘지비지) – Avoiding and Keeping Secret

  • 諱 (휘): ‘피할’ / To avoid, taboo name
  • 之 (지): ‘대명사’ / it
  • 秘 (비): ‘숨길’ / To hide, to keep secret
  • 之 (지): ‘대명사’ / it
  • 꺼리고 숨김
  •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어가거나 넘기는 모양.

烏合之卒 (오합지졸) – Disorganized Mob

  • 烏 (오): ‘까마귀’ / Crow
  • 合 (합): ‘합할’ / To combine, to gather
  • 之 (지): ‘의’ / of, ‘s (possessive particle)
  • 卒 (졸): ‘병사’ / Soldier, pawn
  • 까마귀 처럼 모여있는 군사
  • 조직이나 통제가 없는 잡다한 사람들의 모임을 비유적으로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조직력이 부족하고 혼란스러운 집단을 지칭하는 데 사용됩니다.